티스토리 뷰

늘 신선한 소재와 기법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 주던 봉준호 감독이 2017년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옥자를 개봉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작품이지만 여전히 신선한 소재로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거대 식품 산업의 이면을 파헤치며 인간과 동물, 자본과 윤리 사이의 갈등을 조명한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영화 옥자에 담긴 메시지, 감독의 의도, 평단의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옥자에 담긴 메시지: 윤리적 소비는 무엇인가
영화 옥자에 담긴 메시지를 살펴보기 위해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화는 한국의 깊은 산골에서 열세 살 소녀 미자와 거대 생명체 ‘옥자’가 함께 살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옥자는 다국적 식품 기업 ‘미란도(Mirando)’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개발한 슈퍼돼지 중 하나로, 기업은 지구 곳곳에서 10년간 각국의 농가에 슈퍼돼지를 키우게 한 뒤, 최종적으로 가장 우수한 슈퍼돼지를 선별해 식량 혁명 홍보에 이용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미자의 할아버지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옥자를 키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자와 옥자는 가족과도 같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 미란도는 옥자를 회수해 뉴욕으로 데려가고, 미자는 옥자를 되찾기 위해 서울, 그리고 뉴욕까지 쫓아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자는 동물해방전선(ALF)이라는 집단과 만나게 되고, 옥자의 도축을 막기 위한 협동 작전을 수행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처럼 소녀와 동물의 우정을 동화처럼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의 식품 시스템, 유전자 조작 생물에 대한 생명 윤리, 그리고 대량 소비 사회의 무감각한 폭력성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옥자가 도축장으로 끌려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슈퍼돼지들의 울부짖음은 우리가 평소 인식하지 못한 식품 생산의 잔혹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며, 영화 속에서 미자가 기업 논리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순수한 인간성과 윤리가 어떻게 체제의 비인간성과 충돌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는 동물과 인간의 감정적 교감을 통해 동물의 권리와 생명 존중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의 배경에 어떤 고통과 희생이 있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단지 동물을 사랑하라는 감정적 호소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식품 산업의 비인간성과 그 안에서 무기력한 소비자로 전락한 현대인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윤리적 소비라는 화두를 제시하는 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감독의 의도: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로, 한국, 미국, 캐나다, 프랑스를 아우르는 제작진과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함께한 작품입니다. 봉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합작 이상의 의미를 담고자 했으며, 문화, 언어,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감행했습니다. 감독은 “옥자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이자, 우리가 외면한 거대한 산업 구조에 대한 고발”이라며, 기존 영화의 서사 구조에서 벗어난 다층적 영화 만들기를 시도했다고 감독의 의도를 밝혔습니다. 영화 초반의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중반 이후 펼쳐지는 다국적 도시의 상업주의 세계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그 전환은 단지 배경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관과 가치관의 충돌을 상징합니다. 특히 감독은 옥자를 CG 캐릭터로 설정하고, 이를 실제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도록 연출함으로써,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영화적 현실을 창출했습니다. 또한 ALF를 등장시켜 급진적이지만 이상적인 저항의 형태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 내부의 갈등과 전략적 한계도 드러냄으로써 단순한 선악 구도를 거부하고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제시합니다. 봉 감독은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어떤 것도 단순히 옳거나 그르다고 정의할 수 없으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각자 위치에서의 도덕적 선택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영화 옥자는 배급 측면에서도 실험적이었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며 전통적 극장 개봉 방식을 뒤흔들었고, 이로 인해 2017년 칸 영화제에서는 넷플릭스의 상영 자격을 둘러싼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봉 감독은 새로운 플랫폼을 수용하면서도 창작의 자유를 유지하고자 했고, 실제로 넷플릭스는 봉 감독에게 상업적 간섭 없이 창작권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영화 산업이 급변하는 플랫폼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옥자는 예술과 자본, 글로벌 협업의 경계를 실험한 작품으로도 평가받습니다. 미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봉 감독은 ‘작지만 단단한 저항’을 상징하고자 했으며, 이 인물은 거대한 기업과 시스템을 상대로 타협하지 않는 윤리적 주체로 나타납니다. 옥자와 미자, 그리고 ALF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은 영화가 전달할 수 있는 윤리적 울림과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고자 했으며, 관객이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서 스스로의 삶과 선택을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평단의 평가: 윤리적 충격과 영화적 실험을 아우른 작품
이처럼 신선한 영화이다 보니, 영화 옥자가 공개된 이후 국내외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다양한 평단의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미국의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뉴욕 타임스> 등 유수의 매체는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의 사회적 강도와 영화적 완성도 모두에 높은 점수를 주었으며, 특히 봉준호 감독이 다국적 자본과 문화의 이질성을 조화롭게 연결한 솜씨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제이크 질렌할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안서현이 연기한 미자의 절제된 감정선도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으며, 무엇보다 옥자의 생동감 넘치는 연출이 CG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정서적 이입을 이끌어낸다는 점이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뉴요커>는 “옥자는 현대 소비사회의 민낯을 잔혹하게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유머와 감동을 잃지 않는 경이로운 작품”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화가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다 오히려 중심을 잃는다는 비판도 존재했습니다. <더 가디언>은 “윤리적 메시지의 과잉이 감정선의 일관성을 해치고, 일부 캐릭터의 과장된 묘사가 극의 현실감을 손상시킨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동물학자 역할에 대해서는 ‘과장된 풍자’와 ‘캐리커처(caricature)’라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또한 ALF의 활동이 다소 희화화되어 진지한 동물권 운동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실험정신과 도전 의식에 대한 찬사가 많았으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잡은 한국 감독의 세계적 확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넷플릭스와 극장 배급의 충돌로 인해 국내 극장 상영이 제한되면서, 한국에서 유명한 봉준호 감독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직접 접할 기회가 줄어든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옥자는 분명히 영화의 사회적 가능성과 윤리적 감수성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며, 상업성과 예술성, 감성과 이성을 모두 아우른 드문 사례로 기록됩니다. 무엇보다도 옥자는 현대 영화가 단순한 오락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으며, 관객의 사고와 감정을 자극하는 윤리적 거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